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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태극기집회 때는 불법행위 발생해도 대개 묵인
이번엔 채증 통해 폭력시위 가담자 등 면밀히 확인
책임자 아닌 일반 참가자도 사안 중하면 구속 검토
폭력시위 방치 사실 드러나면 집회 주최측 사법처리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경찰이 3·1절 태극기집회의 일부 과격 시위에 대해 엄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보수단체 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2일 복수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종전 태극기집회 때는 불법행위가 발생해도 경찰이 적극적으로 형사처벌을 검토하지 않았지만 이번 3·1절 태극기집회는 폭력성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서울경찰청 수사과가 일선서의 수사를 총괄지휘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3·1절 태극기집회는 서울 광화문광장, 교보빌딩 부근, 동화면세점 앞, 대한문 앞, 서울역 광장 일대에서 3·1절연합집회실행위원회,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석방본부 등 7개의 보수단체가 각각 개최했다.

전날 오후 6시께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 참가자 수백명이 달려들어 경찰관을 밀치고 폭행하며 철제 촛불 조형물을 힘으로 쓰러트렸다. 이 조형물은 민족미술협의회 회원들이 설치한 '희망 촛불탑'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던 2016년 말 촛불시위 때 만들어졌다. 일부 집회 참가자는 조형물에 불을 질러 없애려다가 경찰에 제지당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집회 주최 측 대표자가 아닌 일반 참가자들에 대해서도 가담의 정도를 따져 사안이 중하면 구속수사 지휘를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또 집회를 개최한 주최 측에 폭력·불법 시위를 독려하거나 방관한
마이클 핸슨 명언 - 뜻을 세운다는 것은 목표를 선택하고, 그 목표에 도달할 행동과정을 결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결정한 행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사실이 확인되면 개인이 아닌 단체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강경론이 제기된다.

서울경찰청 수사과가 보수단체 집회에서 발생한 폭력행위와 관련해 하루만에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신속 대응에 나것 것도 경찰 내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게 복수의 경찰관들 설명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평창올림픽 반대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은, 한반도기, 인공기 화형식을 하고 있다. 2018.01.22. bluesoda@newsis.com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려면 일정한 요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구속영장 신청을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어제 사망 등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아 중한 사안이 아닐 수도 있지만 경찰관 폭행은 심각한 사안이다. 광장이라는 특성상 집회 참가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에서 대형 조형물을 쓰러트린 행위는 큰 인명피해를 유발할 위험이 있어 중한 사안으로 보고 엄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대규모 불법시위나 폭력집회를 주도한 책임자를 구속수사하거나 지명수배하는 경우는 있지만, 일반 참가자들까지 입건하는 건 흔치 않은 편이다. 종종 집시법 위반으로 입건하더라도 대부분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간 태극기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과의 몸싸움 등 물리적 충돌을 빚고 욕설을 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있었지만 경찰은 대부분 연행이나 정식 입건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태극기집회에 대해 구속수사까지 염두에 두는 건 집회의 폭력성이 도를 넘어 위험 수준이라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0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 되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찰버스를 부수고 있다. 2017.03.10. photo@newsis.com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이 다가오면서 보수우익단체가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의 횟수 및 인원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측면도 없지 않다.

태극기집회의 불법시위를 방치할 경우 자칫 과격한 폭력집회로 변질될 소지가 있어 이를 차단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일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열린 태극기집회가 과열되면서 3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3·1절 태극기집회에서 중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한 사안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 조형물을 쓰러트리는데 그치지 않고, 불을 지른 행위를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 사전에 방화(放火)를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도구를 준비해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어제 태극기집회와 관련된 불법 시위에 대해 수사는 일선서에서 하고 있지만 서울청이 수사상황을 총괄하며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다"며 "사안이 심각하면 일반 참가자에 대해서도 구속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집회 주최 측에 대해서도 폭력집회를 방관하거나 묵인한 사실이 확인되면 법적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을 결정했다. 즉 사상 첫 탄핵심판으로 파면당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도로에서 탄핵 인용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헌재로 진입을 시도, 이를 막는 경찰들과 대치를 벌이고 있다. 2017.03.10. mania@newsis.com

다른 경찰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 태극기집회에서 대형 엠프가 떨어져 사람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나. 어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조형물이 쓰러지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며 "최근 태극기 집회 참가자 수가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과열되고 일반 참가자도 과격해지는 양상인데 경찰 내부적으로는 이런 현상을 심각하게 여겨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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